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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심리학

진화심리학

by 이슈조하 2025. 3. 2.

진화심리학

비교행동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은 자연선택과 적응이라는 다윈(Darwin)의 개념을 인간 행동에 적용하는 학문이다. 이 접근법의 기본 가정은, 우리 종(種)의 진화 과정에서 특정한 유전자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동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작용했으며, 그 결과 현대 인간에게까지 전해졌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많은 행동 방식은 선사시대 조상들이 직면했던 적응적 도전들(예: 음식 획득, 포식자로부터의 회피, 사회적 유대 형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으며, 이로 인해 자연선택을 통해 더욱 보편화되었다. 따라서 현대 인간의 심리적 특성 중 상당수는 이러한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 뇌의 크기와 느린 발달

인간을 다른 동물과 뚜렷이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거대한 뇌의 크기이다. 그러나 신체 크기에 비해 큰 뇌를 가지는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 바로 인간의 발달 과정이 길어지고, 미성숙한 상태에서 태어나 의존적인 시기를 오래 겪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천천히 발달하는 큰 뇌를 가진 종’이다. 인간은 출생 시 뇌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로 태어나며, 이는 여성의 골반 크기가 출산 시 신생아의 뇌 크기를 물리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성숙한 상태에서 태어나는 것은 우리 뇌가 이후 더욱 확장되고, 유연한 학습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진화적 적응이었다.

이러한 진화적 변화는 사회적 복잡성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인간은 매우 의존적인 상태에서 태어나고, 생존과 발달을 위해 부모와 사회적 공동체의 보호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느린 발달 과정 덕분에, 인간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으며, 이는 우리 종의 핵심적인 생존 전략 중 하나가 되었다.

진화심리학자 Bjorklund는 이러한 확장된 미성숙이 인간에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자신의 지적 능력과 학습을 통해 생존해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적 관습과 기술을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지능과 학습 능력은 인간 공동체의 복잡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놀이의 진화적 역할

많은 진화심리학자들은 놀이(play)가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학습을 위한 진화된 플랫폼(evolved learning platform)이라고 주장한다.

어린아이들은 달리기, 씨름하기, 장난감 창 던지기, 공차기 등의 활동을 통해 운동 기술을 발달시키고,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시도하고 연습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부모나 경찰 같은 역할을 흉내 내면서 사회적 관계를 이해하고 규칙을 배우는 과정을 거친다.

놀이의 가장 중요한 장점 중 하나는 실패해도 큰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기 인형이 실수로 떨어지거나, 너프건(Nerf gun)이 ‘나쁜 녀석’에게 발사되더라도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자유롭게 실험하고 탐색하며, 실제 생활에서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기회를 갖는다.

 

부모투자 이론(Parental Investment Theory)

인간의 긴 미성숙기로부터 이익을 얻으려면, 아동이 안전하게 성장해야 하며, 부모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그렇다면 부모는 왜 그렇게 많은 자원을 자식 양육에 쏟아붓는 것일까?

부모투자 이론(Parental Investment Theory)에 따르면,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일차적인 동기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할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인간의 유전자는 자녀가 충분히 오래 생존하여 다음 세대로 유전자를 전달할 때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는 자식의 생존과 성공에 막대한 투자를 하도록 진화했다.

 

신데렐라 효과(Cinderella Effect)

부모투자 이론은 진화적 관점에서 어두운 측면도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가 신데렐라 효과(Cinderella Effect)이다.

연구에 따르면, 아동 학대 비율은 생물학적 부모보다 의붓부모에서 훨씬 더 높게 나타난다. 특히, 의붓아버지가 함께 거주하는 가정에서 아이가 살해될 확률은 생물학적 아버지와 함께 거주하는 가정보다 수백 배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친자녀와 의붓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가정에서 학대가 발생할 경우, 학대하는 부모는 대부분 의붓자녀를 학대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의붓부모가 생물학적 자녀만큼 강한 보호 본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놀랍게도, 이러한 패턴은 특정 문화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캐나다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와 동일한 경향이 호주, 한국, 콜롬비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도 확인되었다.

더 나아가, 의붓부모가 있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고의적이지 않은 아동 사망 사건(예: 익사, 사고사)도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붓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아동들이 생물학적 부모가 있는 가정보다 보호를 덜 받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진화심리학은 우리의 심리적 특성과 행동이 어떻게 진화의 산물인지 설명하는 강력한 틀을 제공한다. 인간의 느린 발달, 놀이의 역할, 부모의 양육 투자, 그리고 신데렐라 효과와 같은 어두운 측면 모두가 자연선택과 적응의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현대 사회에서 인간 행동의 근본적인 동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우리가 본능적으로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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